5월 7일 부활 제5주일
길은 나보다 앞서 걸어간 이의 흔적입니다. 아무리 “이 길의 끝은 정말 좋은
곳이니 나만 믿고 따라오시오.” 하고 외쳐도, 그가 누구인지, 그 길이 어디로
향하는지 알 수 없다면 무작정 따라나설 수 없습니다. 주님께서 어디로 가
시는지 알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고 따르겠다는 베드로, 주님의 목적지도
길도 모른다는 토마스, 아버지와 나는 하나라고 말씀하시는 주남께 그저 아
버지를 뵙게만 해 달라는 팔립보, 이들은 주님과 이별하는 순간까지도 제대
로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. “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.”
주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지내시는 동안 당신과, “아버지의 집”으로 가는
길(주님 자신)을 모두 알려 주셨습니다. 그날의 제자들처럼, 내게 필요한 것
은 새로운 지식과 심박(深博)한 신앙 체험이 아니라,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주
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려는 의지입니다.
“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.” 오늘 독서들은 우리의 믿음을 성장시키
는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 줍니다. 제1독서는 사도들이 ‘기도와 말씀’(선포)을
첫 자리에 두었기에 온 교회의 믿음이 충만하게 자라났다고 증언합니다. 또
한 제2독서는 하느님께서 손수 놓으신 “머릿돌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
여 영적 제물을 바치는 거룩한 사제로 살아가도록 우리에게 권고합니다. 프
란치스코 교황께서도 ‘기도와 복음서와 성체성사’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
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.
그리스 말로 ‘진리’(알레테이아)는 ‘망각’(레테)의 반대말입니다. 진리이신
주님께서는 기도와 성경과 미사 안에서 우리를 만나시고 우리가 잊고 있던
아버지의 뜻을 깨우쳐 주십니다. 삶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찾아내며,
주님을 따라 기쁘게 아버지께 나아갑시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